킹스맨과 TTSS 크로스오버입니다. 포스타입에 먼저 올렸던 글로 백업용입니다.
한달 째, 연락이 되지 않았다. 현장요원도 아닌 그가 연락이 끊길일이 무어란 말인가. 아니 따지고 보면 연락하지 못한 것은 세달이 넘어갔다. 잠시 다녀 올 수 있을 줄 알았던 임무가 꼬여 두달이나 걸렸다. 서커스도 관련 된 임무였기에 빌과 통화할 생각은 엄두도 못냈다. 잘못했다가 그쪽으로 정보가 빠져나간다면 런던에 오래 붙어있지 못할 게 뻔했다. 그럴 수는 없었다. 그 사람까지 못보면 자신이 견디지 못할 게 분명했다.
"제기랄... 어떻게 된거야."
서커스, MI6에 관련된 사람이기에 혼자서 정보를 얻기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한달동안 알아낸 일이라고는 두달전부터 그가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 뿐, 에그시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그의 집안에서 그의 흔적을 찾는 일밖에 없었다. 멀린에게 부탁해 볼까 수차례 고민도 해봤지만 말할 수 없었다. 그저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릴뿐... 그때처럼...
'띵동'
이 집에서 머물기 시작한지 한달째, 처음으로 누군가 이 집을 방문했다.
"누구시죠?"
[빌 헤이든씨의 부탁으로 왔습니다.]
에그시는 재빨리 문을 열어 손님을 맞이했다. 키가 작고 땅달막한 중년의 사내였다. 응접실로 안내하고 차를 내오자 사내가 품안에서 편지를 내놓았다.
"나는 조지라고 하네. 빌과는 오랜시간 함께한 동료지."
"아 조지씨, 반갑습니다. 전 개리 언윈이라고 합니다."
"빌이 자기 집에 어떤 꼬맹이가 있다면 전해주라고 하더군. 꼬맹이는 아닌 것 같지만 편지의 주인은 자네인것 같네."
"그는 저를 늘 그렇게 불렀죠. 꼬맹이... 아니면 애송이... 어째서 빌 대신 편지를 전해 주시는거죠?"
"빌은 국가적으로 중대한 일을 하고 있네. 우린 그 일에 대해서 말할수도 없고 자네도 말해서는 안되네. 며칠 전 빌은 비밀임무를 띠고 해외로 나갔네. 한동안 돌아오지 않을걸세."
"그렇군요."
그럴리가 없다는 것은 누구보다 에그시가 잘 알고 있었다. 조지란 사람은 에그시가 어떤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이렇게 얘기해주는 것일 테지만 현장임무를 떠난지 오래인 빌이 해외 임무를 맡아 떠난다는 이야기조차 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에그시는 믿지 않았다. 빌의 신변에 중대하게 문제가 생긴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에그시는 조지에게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떠난 빌을 애뜻해하는 연인처럼 보이도록 슬픈 표정을 지었다. 한참을 말이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에그시의 모습에 조지는 어쩔 줄을 몰라하는 듯 보였다.
"손님을 앞에 두고... 죄송합니다. 당신은 조지와 좋은 사이는 아니지요? 어째서 이런 일까지 대신해 주시는 거죠?"
에그시의 물음에 조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저 바쁘다는 핑계로 얼른 빌의 집을 빠져나올 뿐...
조지가 가고 나서야 에그시는 편지를 뜯어보았다.
편지를 가져다준 사람이 무어라 말하든 꼬맹이 넌 믿지 않겠지. 그래도 믿는게 좋을거다. 그냥 미친년한테 더럽게 꼬였다고 생각하고 네 삶으로 돌아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것도 좋겠지. 네 그 사람처럼.
"씨발... 장난해? 죽었다고 생각하라고?"
에그시는 곧바로 본부에 있는 멀린을 찾아갔다.
"휴가라며 한달동안 연락도 안하던 녀석이 무슨일이냐?"
"사람 좀 찾아줘요. 얼마전에 출국했다고 했으니 출입국 기록을 살펴줬으면 해요."
"민간인의 신상을 함부로 알려줄 수는 없다."
"절 어떻게 쓰셔도 상관없어요. 그러니까 제발..."
오랜 시간동안의 설득과 협박끝에 에그시는 멀린에게서 도와주겠다는 말을 들을 수가 있었다. 5년간 휴가도 반항도 없이 시키는 임무는 모조리 뛰겠다는 다짐을 하고 나서야...
"누굴 찾는거지?"
"빌... 빌 헤이든..."
에그시는 빌의 이름을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조차 없었다. 그 이름조차 그의 진실한 이름이었는지 아니 그가 에그시에게 말한 모든 것중에 진실이 하나라도 숨어있는 것인지 알수 없었다.
"빌 헤이든."
곧장 멀린은 한달간의 모든 출국기록을 해킹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빌의 이름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그 이름도 가짜였던 것인가...
"민간인이 맞나?"
"왜요?"
"기록 자체를 찾을 수 없어 그런다."
"서커스에서 일한다고 했어요."
"MI6?"
에그시의 대답에 멀린은 무언가를 골똘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MI6라고 하니 스쳐가는 이름이 있었다. 해리하트... 멀린은 바로 해리의 신상정보를 전부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기서 빌 헤이든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본명 : 윌리엄 하트
MI6에 들어간 이후 빌 헤이든 이란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음.
해리하트의 쌍둥이 동생.
해리하트의 쌍둥이 동생이라니... 에그시는 머리가 하얗게 비어버린것 같았다.
"어떻게 만난거지? 알고 있었나? 해리에게 동생이 있다는 걸?"
"무슨 소리에요? 나도 이제서야 빌이 해리의 동생이란걸 알았다구요."
"그럼 어떻게 만났어? 멍청하게 이쪽 정보가 그곳으로 빠져나간건 아니겠지?"
"절대 그런일은 없어요. 제기랄... 어쨌든 그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찾아줘요. 도와준다고 했잖아요."
"갑자기 사라졌나?
"네 두달전부터 안보인거 같고, 오늘 조지란 사람이 편지를 전해주고 갔어요. 중요한 임무가 있어서 해외로 파견되었다고. 근데 아닌 것 같아요. 빌의 신변에 이상이 생긴게 확실해요."
에그시의 말에 멀린은 그동안 살피고 있던 서커스의 상황을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최근 한달동안서커스 내부가 어수선했고, 수뇌부의 판도가 급변한다 싶더니 빌은 서커스에서 축출된것 같았다. 소문으로만 돌던 두더지가 존재했던게 확실한 것 같았다. 그리고 아무래도... 두더지는 빌헤이든...
"러시아로 갔을거다. 살아있다면 말이지."
"죽었을 수도 있다는 건가요?"
"그거야 모르지."
"러시아 어디에 있는지 알 수도 있어요?"
"그쪽은 어렵다. 차라리 직접 찾아보는 게 낫지. 정보원은 몇명 있으니 말이다. 헤이든이 두더지였다면 러시아에서는 영웅일테니 찾기 힘들지는 않을거야. 하지만 난 네가 찾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에그시."
"러시아에 보내주세요."
에그시는 멀린이 하려는 말이 무언지 짐작이 갔지만 듣고 싶지 않았다. 그마저도 없다면 에그시에겐 살아가야 할 이유가 없었다. 하룻밤만 남기고 사라져버린 해리의 존재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커져만 갔다. 미친듯이 일하고 쉬는 날엔 진탕 마셔서 잊어보려 했지만 잊혀지긴 커녕 점점 또렸해졌다. 그게 에그시를 미치게 만들었다. 그래서 죽으려했다. 그와 처음 함께 이야기를 나눴던 곳에서 마지막 술을 마신 뒤... 근데 그곳에서 운명같이 그를 만났다. 해리와 너무나도 닮은 남자를... 그리고 그가 에그시의 삶의 의미가 되었다. 모두가 찾지 말라고 해도, 빌마저 자신을 잊으라해도 에그시는 그를 놓을 수 없었다.
러시아에서 그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에게 가까이 간듯 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있었다. 마치 에그시가 찾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숨어버리는 것도 같았다. 하지만 에그시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가 살아있는 것을 아는 한 놓고 싶지 않았다. 빌이 해리 대신이든 뭐든 이젠 그런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빌헤이든 그 남자가 필요했다.
어제도 허탕이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옮긴것 같다기에 재빨리 달려갔지만 그가 지냈다는 안가에 가봐도 빌의 머리털 하나도 볼 수 없었다. 허무한 마음을 추스리고 에그시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겨울궁전 앞에 섰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으로, 유럽에서 가장 큰 궁전중에 하나라지만 에그시에게는 그런 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제 그만하고 돌아오라는 멀린의 말을 무시한지도 오래되었다. 러시아에서 임무를 수행하지 않았다면 진작 킹스맨에서 쫓겨나고도 남았을 행동들이었다. 오늘도 이곳에서 멀린이 시킨 임무를 완벽하게 성공시켰지만 그 어떤 성취감도 들지 않았다. 해리하트에 이어 빌헤이든마저도 자신을 죽여가고 있었다. 에그시는 러시아에 와서 처음내리는 눈을 맞으며 오랜시간동안 그 커다란 궁전앞에 그대로 서 있었다.
"또 죽으려는 거냐?"
환청인가... 늘 꾸는 꿈에서처럼 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이곳에서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얼어죽는것도 나쁘지 않겠지. 눈을 떠버리면 이 꿈에서 깨어버릴까봐 에그시는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잠자는 겨울궁전앞의 왕자군..."
말캉거리는 따뜻한 입술이 에그시의 입술에 닿았다 떨어졌다. 절로 에그시의 눈이 떠졌다. 눈물이 가득 차 빌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분명히 눈앞에 있는 사람은 빌 헤이든이었다. 첫눈이 내리는 날, 다시 한번 죽기를 각오했을 때, 처음과 같이 운명처럼 그가 다가왔다.
"난 기회를 준거야 에그시. 내게서 도망갈 기회를... 하지만 이젠 틀렸어."
"뽀킹... 씨발... 빌어먹을 빌 헤이든..."
에그시는 더는 그를 놓지 않겠다는 듯 빌을 꽉 끌어안았다.
※ 앞부분 조지와 에그시의 대사는 소설 팅테솔스의 대사가 사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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